창세기 18장 – 사라의 웃음과 아브라함의 간구 (창 18:1-33)

아브라함은 여전히 헤브론 마므레의 상수리나무 숲에 머물고 있다(1). 롯과 헤어지고 약속을 따라 믿음으로 옮겨온 거처다(14:18). 벌써 20여 년이다. 그 곳으로 하나님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방문하신다. 방문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삭에 대한 약속을 주기 위함이며(10) 또 하나는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아브라함에게 알게 하시려는 것이다(17).

아브라함은 자기에게 찾아온 자들을 대접하여 보내려고 한다(5). 그저 조금의 떡과 쉼을 제공하겠다고 한다(4,5). 하지만 아브라함은 이들을 대접하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백세의 몸이다. 잔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떡과 송아지로 대접한다.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는 대접이다. 거래를 성사 시키기 위한 접대가 아니고, 자기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정치적 만찬도 아니다. 100세 때의 아브라함은 이후 만나게 될 소돔과 고모라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인간에 대한 대접을 보여준다. 그는 진정으로 누군가를 대접할 줄 안다.

하나님은 그런 아브라함에게 두 가지 말씀을 하신다. 하나는 내년 이맘때 사라에게서 자식이 나올 것이라는 구체적인 약속이다. 이 약속을 듣고 사라가 웃는다. 웃음의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확인 때문이다. 자기에게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그러니 웃는다. 80세의 사라였다면 그 소식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약속하신 하나님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대와 자신의 과거와 자신의 절망과 자신의 욕망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라는 웃는다. 불신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조건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때, 바로 그 때 하나님은 일년 뒤 너에게 자식이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약속을 주신다.

하나님이 하신 또 하나의 말씀은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에 대한 것이다. 하나님은 마치 친구에게 자기 속 얘기를 털어놓는 사람처럼 아브라함에게 자신이 하려는 일들을 말씀한다. 그 얘기를 듣고 아브라함은 의인 10명을 위해, 소돔을 위해, 롯을 위해 기도하며, 세상을 심판하시는 하나님과 공평과 정의를 논한다. 백세의 아브라함은 하나님과 함께 세상의 복과 저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자리에 와 있다.

부러움과 소망을 가지고 아브라함을 바라보다, 그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임을 확인하고, 그를 의지한다.